바이올린을 돌려줘서 고마워요. 이건 감사의 선물이에요.

백현은 당황해서 사양했다. 대가를 바라고 한 건 아니었다.

누구라도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이라면 악기를 잃어버렸을 때의 느낌을 알 것이다. 휴대폰을 백 개쯤 잃어버렸을 때의 느낌? 손가락 하나가 없어진 느낌? 뇌의 일부가 사라진 느낌?

주인이 그런 기분일 거라는 걸 아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것뿐이다.

뭘요. 당연한 건데요.

할머니는 그가 사양하는데도 지휘봉을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.

지휘봉을 이리저리 돌려보았다. 나뭇결이 살아있고 골동품처럼 세월이 느껴지는 지휘봉이었다.

백현이 고개를 들자 할머니는 이미 사라져버렸다.

오늘 뭐 잘못 먹었나.

배를 쓸며 고개를 갸웃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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